"다문화 차별, 예술로 극복" 극단 '샐러드'

December 15, 2015

약자 이주민 창작활동 주체…연극 통해 비극 알리고 아시아 문화 전파
 

[프라임경제]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들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다.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범죄적 차별 행위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사실을 알리고 차별을 극복하려 나선 극단이 있다. 다문화 극단 '샐러드'(대표 박경주)다. 

 

"다문화라는 말로 친구를 구별 지어선 안 돼. 그건 어른들이 생각 없이 만든 차별의 언어일 뿐이야."

 

경쾌한 리듬의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가 다문화 극단 샐러드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박경주 샐러드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첫 번째 창작 뮤지컬 앨범 타이틀 곡 '다문화'다.

 

박 대표는 앨범 완성본이 오늘 배송돼 자신도 처음 본다며 꼼꼼히 살피고 노래까지 들은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번 앨범은 노래 작사·작곡, 멋스러운 앨범 디자인 등 하나부터 열까지 이주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 박 대표가 직접 나섰기에 더욱 뜻 깊다.

 

 

샐러드는 지난 2005년 인터넷 다국어 대안언론으로 시작해 2009년 다문화 방송국 샐러드TV와 극단 샐러드로 전환했다. 지금은 극단 샐러드만이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국내 이주민의 고용 창출을 인정받아 2012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지원사업자 선정됐고 지난해 5월 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득, 명실상부 이주민들의 일터로 자리 잡았다.

 

◆유학서 겪은 인종차별…차별 맞서 싸울 '원동력'

 

"매체 창간 당시 '다른 언론사가 사라질 때까지 남아 있는다'는 마음으로 취재 현장에 나갔어요. 처음엔 1~2년만 해야지 했는데 극단으로 전환되면서 어느새 10년이 흘렀네요."

 

지난 1993년 영화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박 대표는 네오나치 무리를 보지 않았다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감독을 하며 살고 있었을 것이라 회고했다. 

 

"저는 실제 네오나치들의 인종 차별로 많은 죽음을 보았어요. 저 역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거리에 나가면 욕설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박 대표의 원동력이 됐다. 다문화 매체를 운영할 당시 박 대표는 '밀착 취재'를 기본으로 이주민 관련 문제를 파헤쳤다. 특히 지난 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 참사 때는 한 달 넘게 장례식장에 머물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취재해 세상에 알렸다.

 

◆샐러드, 극단으로 전환…이주민 아픔 예술로 '승화'

 

"매체는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극단을 세우게 됐어요."

 

박 대표는 극단으로 완전 노선 변경했지만 '기본'을 잊지 않았다. '다문화'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않은 채 극단을 세운 것. 이곳에서 박 대표는 배우부터 조명, 음악 등 모든 연출을 이주민들이 하며 자신들의 아픔을 연극으로 표출하길 원했다. 

 

실제 첫 연극 '이주여성 한국 생활도전기'는 극단 아카데미에 있었던 여성 이주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렇다 보니 샐러드는 당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많은 이주민이 오디션 보러오기도 했다. 

 

"샐러드는 힘들었던 나날이 대부분이었죠. 극단이라는 단체가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첫 연극 후 외부 연출가와 배우 대부분이 다 그만둬 몇 백만원짜리 무대도 다 버리기도 했죠."

 

이후 박 대표는 조금이라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극본, 연출 등 모든 일을 외부 직원 없이 자신이 도맡아 했다. 가끔 너무 무리해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다문화'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언제 어디서나 있었다. 심지어 멀쩡히 기기를 반납했는데도 이주민들이 써서 망가졌다는 질타도 부지기수로 받았다.

 

"엄청난 연습을 거듭해 무대 위에 올라가도 대사가 안 들린다는 항의도 많았죠. 근데 몇 년을 해온 프로 배우들이란 말입니다. 그러한 항의들은 발음 문제가 아닌 관객들의 귀가 닫혀있어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경험들을 밑바탕으로 이제까지 달려온 샐러드 정규 단원들은 모두 예술을 하고 싶어 남은 사람들이다. 현재는 연출을 도맡아 하는 이주민 단원도 있다. 

 

◆여수보호소 참사 속 아무도 알리지 못한 진실 알리다 

박 대표가 샐러드 연극 중 가장 좋아하는 연극은 '존경받지 못한 죽음' 시리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연극 '여수 처음 중간 끝'이 가장 인상 깊다고 말한다. 

 

"여수보호소참사 취재 당시 보도로 나가지 않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얘기가 무척 많았어요. 그렇게 묵혀뒀던 이야기들을 모아 대본을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같은 연출은 거부했다. 이주민 배우들이 빛이 나려면 일반 배우처럼 일해서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실험극으로 틀어 버렸다. 이렇게 탄생한 연극은 진실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지만 자연스레 관객이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경기도 북부교육청의 초청을 받고 갔던 공연이에요. 끝나고 관객 모두 말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아직까지 인상 깊죠. 또 다른 공연에서 어떤 관객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더군요. 저희도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샐러드가 이주민 배우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사자가 주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실제 지난 2월 한국인 배우로 같은 연극을 했으나 그 느낌이 많이 빠졌다며 감동의 폭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샐러드, 창작집단으로 인정받는 사회적기업 되길"

 

"10년 후 편견에서 벗어나 창작집단으로서 관객에게 인정받는 사회적기업 샐러드의 모습을 그려가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때 샐러드는 기존 무거운 작품으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는 연극들을 생각하던 중 신한은행의 후원을 받아 2011년부터 밝은 분위기의 뮤지컬 4편을 제작하게 된다. 

 

샐러드는 이 뮤지컬들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아시아 문화를 소개한다. 현재 네팔·중국·필리핀·몽골 문화를 소개했고, 2016년에는 인도 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뮤지컬 공연 외에도 본격적인 수익구조를 위해 롱런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 중이다. 그 과정에서 업그레이드된 작품도 있다. 기존 '아라와 찌민'은 노래가 3~4곡밖에 없었으나 업그레이드해 총 7곡이 담긴 뮤지컬로 탄생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에 쉽지 않지만 재미는 있어요. 샐러드는 이제 내 인생이 됐기 때문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있기 전까지 쉽게 그만둘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박 대표는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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