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바라보는 다문화

June 11, 2010

압구정 사과녀... ‘다문화가정 돕기 위한 것?’

 

10월 초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한 단어가 있다. ‘압구정 사과녀’가 그것이다.

광고대행사 미디오션의 힙업 관리기 애플힙 홍보하기 위해 시도한 마케팅 이벤트였다. 근데 우스운 것은 이 ‘사과녀’ 가 최초에는 “특정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다문화 가정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서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는 것.

(관련 기사http://www.kwnews.co.kr/nview.asp?s=801&aid=210100600165)

 

최근 1~ 2년 사이에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과녀’와 유사한 경우를 대기업의 광고나 미디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SK나 현대 같은 대기업에서 이미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기업 홍보이미지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G20과 같은 대규모 정부 주도 행사 공식 홍보 영상에도 다문화의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다. 미디어에 미추어진 다문화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러브인 아시아’에서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이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전하고 가족노래방 프로그램에서는 다문화 가정이 출연해 노래경연을 벌인다. 또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문화 문제를 토론하기도 하며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요리 솜씨를 뽐낸다. 이민 1세대가 정착을 채 하지 못했는데 여성가족부의 기금을 받아 NGO 단체는 ‘이주여성 의원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결국 2년 만에 이주여성을 여당 지자체 의원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 밖에도 다문화 가정을 초청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데 요즘처럼 행사가 많은 계절에는 전체 120만 이주민 중 17만에 불과한 다문화 가정 부부들은 주말이며 어느 행사에 우선적으로 참여해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문화다양성 ≠ 인종의 전시회’

 

공중파 방송에 다양한 인종이 수시로 출연하고 있으며 타 선진국에서는 3대에 걸쳐 무한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이주민 정치인도 있다. 일요일이면 이주민 가정은 각종 상품이 걸린 행사장을 찾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지자체 정기 간행물 화보에서는 ‘최초 이주민 정치인을 경기도에서 만들었다’고 뽐내는 듯 밝게 웃는 이주민 여성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외향적인 이미지들만 바라본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건전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듯하다. 그러나 이 모습은 모두 단지 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다문화 라는 새로운 신조어에 맞춰 사회 각계각층이 홍보활동을 하고 있을 뿐 내실은 없다. 이 모든 활동이 본 글의 서두에 언급한 압구정 사과녀와 다를 바 없다. 실재로는 힙업 관리기를 홍보하면서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싸구려 마케팅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인과 다르게 생긴 다양한 사람들을 미디어에 노출 시켜 ‘우리 대한민국 벌써 이만큼 왔어요’ 라는 허상의 이미지만 재생산하고 있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에 선택한 이주민의 인종의 다양성을 바라보자. 전체 이주민의 과반수가 중국에서 왔고 그중 대부분이 한국인과 같은 민족인 중국동포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마케팅에는 한국인보다는 피부색이 어둡고 좀 다르게 생긴 이주민들의 이미지가 사용된다. 이들이 생각하는 ‘다문화’는 단지 ‘인종의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기 위해 단지 다양한 인종을 전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했다.

 

‘문화다양성이라는 새 역사 써야’

 

한국 사회가 인종의 다양성이라는 편집증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벤트성 마케팅 전략을 포기해야한다. 인종 다양성이라는 화려한 껍데기를 벗고 다양성 부재의 한국 사회의 알몸을 직시해야 한다. 솔직해지자. 인간 욕구의 다양성, 성의 다양성, 표현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 배려의 다양성, 선택의 다양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단지 피부색이 다른 인종, 그것도 한국인 배우자를 둔 이주여성만 모아서 앞줄에 세워 놓고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찍는다고 해서 한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는 게 아니다. 기념사진 찍는 당신들은 사진 촬영하고 나서 이들과 단 1분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 존재들 아니었던가.

 

피부색 다른 이주민 스타만들기 프로젝트를 그만두자. 문화다양성이라는 큰 그릇 안에 이주민 공동체의 욕구와 문화가 예쁘게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약자로서 이주민 공동체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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