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방송국의 성과와 한계

December 3, 2007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지난 2005년 5월 18일 개국했다. 방송국은 인터넷으로 운영되며 한국어 사이트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을 위해 다국어 사이트의 운영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다국어 사이트는 네팔어와 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이며 각 사이트는 2-3명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이 팀을 이루어 운영할 예정이다. 기자는 시민기자 형식을 도입하여 각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시민기자로 등록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소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어 사이트에서는 취재뉴스와 영상뉴스, 그리고 인터넷 라디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의 수용자에서 주체로

 

이주노동자방송국의 가장 큰 성과는 지금까지 매체에 의해 잘 전달되지 못하던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한국 사회에 알렸다는데 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활동가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미디어 교육을 통해 대부분의 방송국 활동가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의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미디어의 수용자 입장에만 서있던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뉴스를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주체로 전환된다는 큰 성과가 있었다. 특히 지난 2005년 4월 출입국에 의해 표적단속 당하여 청주 외국인 보호소에서 1년 동안 수감되었다가 석방된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의 근황을 가장 가까이서 취재하여 주류 언론은 물론 대부분의 진보 언론에서 조차 소외당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활동을 한국 사회에 전달했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공동체 내부 소식들이 조금씩 외부로 나오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공동체가 패쇄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예방하고 한국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시도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주민의 미디어 활동도 운동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려워

 

이렇게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목소리를 한국 사회에 전달하는 미디어적 실험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이주민의 미디어 역사가 짧고 한국이 아직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난 15년간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위해 활동했던 한국의 이주민 관련 활동들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을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으로만 길들여 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할 상황에서 쉽게 타성에 빠지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이는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인 미디어 활동이 한국의 이주민 운동과 맞물려 이주노동자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미디어 활동 안에서도 갖고 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이주노동자방송국이 다양한 국적의 활동가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문화 간의 차이로 인한 충돌도 적잖이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아무리 동의한다 해도 개인의 한계와 작은 단위와 큰 단위 공동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적과 문화를 뛰어 넘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같은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라 할지라도 개인이 살아온 삶의 역사, 무엇보다 ‘노동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의 인식의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의 미디어 활동도 ‘자본과 노동’, ‘다문화간의 충돌과 이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으며 동시대가 갖고 있는 한계를 쉽게 뛰어 넘기는 어렵다.

 

이주민과 내국인이 함께 만드는 뉴스

 

이밖에도 다국어 사이트를 만드는데서 부딪치는 기술적인 문제와 사이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형태의 운동이 겪는 문제로 공유할 수 있음으로 추가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에 대해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이주노동자 미디어 운동을 하는 단체라는 점이다. 물론 방송국에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운동’의 목적으로 방송국 문을 두드리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이 갖고 있는 미디어에 대한 비전이 주류언론과 방송의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이주노동자방송국의 활동이 갖는 한계를 방송국의 주체가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의 문제로 단순하게 풀어가려는 일부 활동가들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운동을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단편적인 논리로 접근하려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설정해 활동해 왔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의 수준이다. 진정으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을 운동의 주체로 인정한다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더 이상 피해자의 입장으로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내국인 활동가와 이주민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 운동’과 ‘이주노동자 미디어 운동’의 동등한 주체로 함께 토론하며 때로는 상대를 솔직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 서로의 차이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는 것, 이것이 이주노동자 미디어 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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